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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주머니 노랑 주머니

Johnangel 2024. 6. 17. 22:26

빨간 주머니 노랑 주머니

‘날고 있는 새는 걱정할 틈이 없다’라는 책에서 퍼온 글입니다.

시집가는 딸에게 어머니가 비단 주머니 둘을 주며 말했습니다.
"빨간 주머니는 밤에 부부 싸움을 했을 때 열어 보고 노란 주머니는 낮에 부부 싸움을 했을 때 열어 보렴."
 
딸은 어머니가 별 걱정을 다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얼마나 간절히 소망했던 결혼인데 무슨 싸움이 있으랴.
후훗 웃고 넘겼습니다.
 
 그런데 살아 보니 점점 온기가 들지 않는 방 윗목에 번지는 누기 같은, 그런 눅눅함이 둘 사이에 번져 들기 시작했습니다.
기어코 어느 날 밤에 부부 싸움이 크게 일어났습니다.
"지겨워, 지겨워서 더는 같이 못살겠다." 하면서 옆방으로 건너갔습니다.
 
마음을 안정시키고 생각하니 어머니가 주신 주머니가 떠올랐습니다.
딸은 빨간 비단 주머니를 열어 보았다.
거기에는 쪽지가 하나 들었는데, 이런 글이 적혀 있었다.
"사랑하는 내 딸아, 남편이 보기 싫고 또 미워지더라도 각자가 다른 방을 써선 안 되느니라.
등을 돌리고 자더라도 한 침대에서 자도록 하여라."

 얼마가 지난 후 이번에는 낮에 싸움이 일어났습니다.
 딸은 흐르는 눈물을 손등으로 닦으며 노란 비단 주머니를 열었습니다.
거기에는 이런 쪽지가 들어 있었다.
 "사랑하는 딸아, 이불을 뒤집어쓰고 누워 있지 말고 시장이라도 한 바퀴 돌아보렴.
그런 후, 찻집에 가서 모차르트 음악을 부탁해 놓고 남편을 불러내 보려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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