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구영신예배의 유래와 의의
은혜로 살아온 한해를 마무리하면서 새로 허락하시는 새해를 말씀과 기도 가운데 하나님의 교회에서 맞이한다는 것은 아주 중요하고 의미있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이제 한국교회의 중요한 예배의 장으로 자리매김이 되어 있는 송구영신예배는 예수 그리스도의 구속의 역사를 중심으로 하는 교회력 가운데 포함되어 있지는 않지만 한국교회 목회 현장에서 중요한 장으로 자리 잡았다.
온 교회가 함께 모여 한해를 돌이켜 보며 감사와 나눔, 기도와 예배 순서 등을 가지면서 감사드림, 결단, 신앙고백의 회복, 공동체성을 다지는 자리로까지 확대하고 있다. 그렇다면 송구영신예배는 어떤 역사적 유래를 가지고 있을까?
전통적으로 우리 민족에게는 송구영신(送舊迎新)의 풍성한 정초 세시 풍속을 가지고 있었다.
섣달그믐에는 모든 연중거래를 마무리하고 새해 준비를 하게 되는데, 그날 저녁에는 ‘해지킴’(守歲)이라 하여 집 안팎에 불을 밝히고 새벽까지 자지 않고 밤을 지새우고는 했다.
정월 초하루는 '설날'이라 하여 연시제(年始祭)를 지내며 집안과 동네의 어른들께 세배를 드리는 풍습이 있었다.
세배하러 온 손님들에게는 음식을 대접하고, 설날에는 덕담을 나누면서 서로 새해를 축하하고 축복하는 인사를 나누고는 했다.
이러한 전통 문화의 토양 위에서 자연스럽게 한국교회의 송구영신예배는 시작되었다.
한국교회에서 송구영신예배는 당시의 상황을 고려해 본다면 비교적 빨리 시작되었다.
선교사들이 이 땅에 찾아온 지 2년이 지난 후, 1887년부터 지켰던 절기이다.
그해 12월 31일, 언더우드 선교사와 아펜젤러선교사가 사역하던 서울의 정동교회(새문안교회)와 베델 교회(정동감리교회)가 연합하여 송구영신예배를 드린 것이 최초의 일이었다.
구약에서 신년절기는 나팔절이었는데 여호와께 드리는 특별 예배 명령과 관련되어 있다(민 29:1-6).
나팔절은 유대력으로 일곱째 달인 티쉬리월 초하루에 지켰는데 이날은 아침부터 해질 때까지 나팔을 불어 신년축제의 기쁨을 알렸다. 이때 나팔을 불었던 것은 기념과 심판의 날임을 알리기 위함이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안식하면서 성회로 모여 예배를 드렸다.
포로귀환 후 이스라엘 백성들은 이 절기에 함께 모여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 회개하며 새롭게 말씀으로 결단하여 성회로 모이는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느 8).
과거의 잘못을 회개하면서 주시는 말씀을 받고 하나님을 섬기기로 작정하는 삶의 방향성을 새롭게 하는 날이었다.
지금도 유대인들은 이 날에 신년절기(로시 하샤나)로 지키고 있는데, 기쁨과 함께 진지하고 회개하는 마음으로 그들의 삶을 다시 세우고, 그들의 사랑을 새롭게 하는 날로 지키고 있다.
초대교회 이후 부활절, 성령강림절과 같은 특별한 날의 전야에 예배를 드리고는 했다.
이것이 철야로 발전하기도 했는데 예수님의 재림이 한밤중(자정)에 임할 것이라는 당시의 믿음에 유래한 것이었다.
교부시대에는 철야는 문란한 행위로 보일 소지가 있다고 생각하여 일몰 시간까지로 제한하였다.
이때 드렸던 예배는 주로 기도와 시편말씀 봉독 등으로 이루어졌고, 종종 설교가 첨가되기도 했다.
근대에 들어서는 1742년경 영국 감리교회에서 초대교회의 관습을 따라 12월 31일에 자발적으로 모여 예배의 모임을 가졌다.
브리스톨 근교의 킹우드에서 열심있는 감리교도들이 함께 모여 기도와 찬양과 감사를 드리면서 그 밤의 대부분을 보냈다. 비공식적으로 모이던 모임을 존 웨슬리가 이것을 공식화하여 ‘언약예배’(Covenant Worship), 혹은 ‘언약 갱신 예배’(Covenant Renewal Worship)라고 불렀다. 이것은 나중에 ‘밤을 깨우는 예배’(Watch Night Worship)로 부르기도 했는데, 한해를 돌아보면서 하나님께 용서를 구하고 새해를 위하여 하나님 앞에서 언약을 세우는 순서가 포함되어 있었다.
나중에 이것이 영국 전역으로 퍼져갔고 유럽교회에서 드려지게 되었다.
송구영신예배는 온 교회가 함께 모여 한해를 돌아보며 감사하고, 말씀 앞에서 잘못을 회개하면서 기도와 찬양 가운데서 한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는다는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절기예배이다.
이것은 교회의 온 식구들이 함께 모여 예배와 나눔, 기도와 축복, 친교와 교제의 시간으로 발전시켜간다면 신앙생활의 풍요로움을 갖게 할 수 있을 것이다.
근대에 이르러 영국의 감리교회가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여 복원한 것처럼 기복적인 의미보다는 하나님의 백성으로 세움 받은 것에 감사하면서 우리를 불러 세우신 언약 갱신에 초점을 맞추어 한해를 돌아보며 회개의 시간으로, 주시는 새해에 하나님의 기쁨이 되는 언약백성으로 살아갈 것을 결단하게 하는데 목회적 의미를 두는 것이 좋겠다.
한해에 대한 반성과 회개, 은혜에 대한 감사, 말씀 앞에서의 새로운 결단, 새해를 허락하심의 의미를 되새기면서 내게 주신 사명을 따라 삶을 살 수 있도록 교회와 성도들을 세우는 좋은 목회적 기회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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