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
꽃은 피었다가
왜 이다지 속절없이
지고 마는가
봄은 불현듯이 왔다가
왜 이다지 자취 없이
사라져 버리는가
내 사랑하는 것들도
언젠가는 모두 이렇게 다 떠나고
끝까지 내 곁에 남아
나를 호젓이 지키고 있는 것은
다만 빈 그림자 뿐이려니
그림자여
너는 무슨 인연 그리도 깊어
나를 놓지 못하는가
이 봄날엔
왜 그저 모든 것이
아쉬웁고 허전하고 쓸쓸한가
만나는 것마다
왜 마냥 서럽고 애틋한가
허무한 봄날에
내 곁을 맴도는 그림자는
또 다른 자아일지도
모르겠군요.
- 이동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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