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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빛을 보았습니다

Johnangel 2024. 8. 20. 16:29

오늘 빛을 보았습니다

 

2월 16일 오후 6시30분, 김수환(金壽煥·87) 추기경이 선종(善終)한 서울 강남성모병원 6010호실로 안과 전문의 4명이 찾아왔습니다. 지난 1990년 김 추기경이 약속한 각막 기증을 받기 위해서였습니다.

 

이들은 김 추기경의 병세가 위중하다는 연락을 받고 이날 오후 3시부터 수술 준비를 마치고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의사들은 김 추기경의 마지막을 지켜본 정진석 추기경 등 신부, 수녀들을 잠깐 병실 밖으로 내보냈습니다.

그리고 안과 과장 주천기(53) 교수는 김 추기경의 유해를 향해 목멘 소리로 말했습니다.

"하늘나라에 가시면서 숭고한 일을 하셔서 감사합니다. 다른 사람에게 새 빛을 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이튿날인 17일 오전 9시쯤 각막 이식 수술 대기자인 서울의 A(73)씨와 경북의 B(70)씨 집에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각막이 준비됐으니 빨리 강남 성모병원으로 오라"는 내용이었습니다.

 

두 사람은 병원 직원들에게 "어제(16일) 여기서 김 추기경이 돌아가셨다고 들었는데 "혹시 내가 이식받을 각막이 그분이 기증하신 것이냐?"고 물었습니다.

병원 직원들은 "각막 기증자와 이식 대상자의 신원을 밝히는 것은 규정상 금지돼 있어 알려줄 수 없다"고 답했습니다.

 

추기경님께서 마지막으로 남기고 가신 사랑의 결정체 안구는 세상에 빛이 필요한 2명의 수요자들에게 각막이 이식되어 빛을 보게 되었습니다.  

 

'사랑의 장기기증 운동본부'는 이 날 "김 추기경이 각막을 기증한 뒤, 장기기증 서약 상담이 평소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며 "온라인과 전화로 '추기경을 보고 나도 베풀어야겠다고 결심했다'는 사연이 쏟아졌다"고 했습니다.

김 추기경은 이 세상에 빛(目)과 사랑을 남기시고 아름답게 하늘나라로 가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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