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금 내고 집에 가
주일날 아침 어느 한 가족이 바쁜 걸음으로 교회를 향하고 있었습니다
교회 가까이 다가왔을 때 양쪽에 엄마 아빠 손을 잡은 어린아이가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보며 말했습니다
"엄마, 아빠, 오늘은 예배시간에 졸지마, 나 창피하단 말이야, 알았지?"
또렷한 목소리로 호소하듯이 말하는 어린 아이에게 깜짝 놀라 듯 좌우를 두리번거리던 엄마는 '조용히 하라'는 뜻으로 윽박지르듯 아이에게 눈짓을 했습니다
그라나 이 어린 아이의 간절한 애원에도 불구하고 두 부부에게는 그날도 지난 주일과 다름없는 일들이 일어나고 말았습니다
그들이 잰 걸음으로 교회에 도착한 것은 이미 찬양대의 송영이 끝나고 신앙고백을 하고 있었을 때였습니다
윗 몸을 숙이고 빈자리를 찾아 간신히 자리를 잡았을 때에는 벌써 예배가 시작된 지 5분 이상 지난 후였습니다
그날도 주일예배는 지난주와 다름없이 정해진 순서를 따라 드려지고 있었습니다
주보에 적힌 별 모양의 표시를 따라 일어났다 앉았다 하면서 예배순서를 따라가고 있었습니다
교독문을 따라 읽고 오늘따라 길게만 느껴지는 장로님의 대표기도에 이어 성경봉독과 찬양대의 찬양도 경청했습니다
이을고 설교시간이 되었습니다
목사님이 강단에 올라 설교하시기 시작했습니다
그날따라 유난히 길게 느껴지는 설교를 한쪽 귀로 들으며 눈으로는 주보를 군데 군데 훑어보았습니다
교회 소식은 낱낱이 읽고 주보의 오자를 잡아내며 교정까지 끝냈지만, 설교는 그때까지 계속되고 있었습니다
설교가 시작된 지 15분쯤 지났을때 두 부부의 몸이 좌우로 약간씩 흔들리기 시작했습니다
한 주간의 피로가 엄습하는 것을 느끼며 무거운 몸으로 간간이 졸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그 누구도 그것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가끔 설교자의 어조가 상승할 때에는 졸음에 겨운 눈을 치켜뜨기 위해 애를 써보지만 눈꺼풀에 무거운 추가 달린 것 처럼 잠시 눈을 떳다가는 다시 이전보다 더 큰 무게를 느끼며 눈을 감았습니다
졸음을 좇기 위해 가끔 고개를 흔들어 보고 졸다가 떨어뜨린 성경책이나 주보를 다시 주워보기도 하지만 설교를 듣는다기보다는 졸음과의 싸움이 힘겹게만 느껴지는 모습이었습니다
어린아이는 지루한지 이따금 몸을 좌우로 흔들어 심하게 조는 엄마의 옆구리를 고사리 같은 손으로 툭 쳐보기도 하고 주보로 비행기를 접어보기도 하지만, 두 부부는 지긋이 고개를 숙인 채 묵상에 잠긴 듯 졸고 있었습니다
그런던 어는 순간에 이 어린 아이가 참을 수 없다는 듯이 칭얼대며 부모에게 졸랐습니다
"엄마, 아빠, 졸지 말고 빨리 요금 내고 집에 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