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을 아는 인생
어느 마을에 지독한 구두쇠가 있었습니다.
그에겐 세 아들이 있었는데, 한창 먹고자랄 나이인데도 불구하고 돈을 모으기 위해 반찬도 없이 밥을 먹였습니다.
하루는 시장에 가서 소금범벅이 된 굴비 한 마리를 사가지고 천장에 매달아놓고 밥 한 숟갈에 굴비를 두 번도 아닌 꼭 한번씩만 쳐다보게 했습니다.
부자가 될 때 까지 참아야한다고 달래가며, 구호까지 외쳐가면서......
세월이 흘러 자린고비 아버지는 모은 돈 써보지도 못하고 죽었습니다.
세 아들은 큰 유산을 물려받았습니다.
큰아들은 농사꾼, 둘째는 소리꾼, 세째는 그림을 그리는 환쟁이가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농사꾼 큰아들이 지은 쌀과 채소들을 한번 사가서 맛을 본 사람들은 다시는 사가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소리꾼인 둘째도 목청은 좋았지만, 노랫가락에 희로애락이 빠진 텅 빈 병의 주둥이에 입김만 불어넣는 것 같은 흥을 깨는 소리였습니다.
환쟁이인 셋째도 굴비만 쳐다보면서 밥 먹던 습관이 있어서 관찰력은 누구보다 뛰어 났지만 꽃을 그리고 새를 그림에 있어서 감정과 생명력이 전혀 없었습니다.
오랜만에 고향에 모인 삼형제는 지혜로운 노인을 찾아 원인을 물어보았습니다.
그 노인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
자네들이 남보다 모자라는 거야 뻔하지 않는가,
그건 자네들이 남들이 다 아는 맛을 모른다는 걸세.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맛을 배우게나.”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고난을 주실 때도 이런 마음이 내포되어 있을 것 같습니다.
내 인생이 오로지 나만을 위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나의 희(喜)로 다른 이의 기쁨을 이해하고, 나의 노(怒)로 다른 사람의 노여움을 이해하고, 나의 애(哀)로 다른 사람의 슬픔을 이해하고, 나의 락(樂)으로 다른 사람의 즐거움을 이해하라고....
즐거워하는 자들로 함께 즐거워하고 우는 자들로 함께 울라.
서로 마음을 같이 하며 높은 데 마음을 두지 말고 도리어 낮은 데 처하며 스스로 지혜 있는 체 말라. (롬 12장 15-16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