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선교소식

아버지의 손길 / 채종석선교사

Johnangel 2017. 1. 6. 11:24
아버지의 손길이 여기저기 놓여 있습니다. 그래서 자꾸 아버지께서 움직이셨던 동선이 그려지고 아버지께서 만지셨던 물건들이 제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모든 장례 절차가 끝나고 아버지가 계셨던 집에 들어와 다시 아버지를 만나고 있는 중입니다.  
 
 장례절차가 마무리 되고 이제 몇 일간의 한국생활이 있을 것 같아서 아버지께서 사용하셨던 차를 사용해야 됩니다. 보험 적용대상이 알고 싶어서 아버지께서 사용하시던 서랍들을 열어 봤습니다. 서랍은 밖에 있는 잡다한 물건을 숨겨놓는 용도로 사용하는 저에게 아버지의 서랍은 깔끔하고 예쁜 보물상자처럼 보였습니다. 그 보물상자에서 진짜 보물을 발견했습니다. 
 
 선교지로 떠나보낸 막내딸을 생각하며 여전히 돌아올 날을 기다리셨던 아버지의 마음이 서랍의 맨 윗 칸에 놓여 있었습니다. 아버지의 침대 곁에 있던 서랍의 가장 윗 칸은 막내딸 가족이 2007년에 선교사로 파송받던 날의 주보와 파송예배 순서지가 그대로 있었습니다. 아버지께서는 침대 곁에 두고 이국땅에 있는 딸가족의 사진을 보면서 눈물을 닦았던 것 같았습니다. 유난히 눈물이 많으셨던 아버지의 눈물이 그 서랍 안에 담겨져 있었습니다. 아내에게 살짝 전해주었습니다. 눈물을 다시 흘리는 아내를 보고 아버지와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이... 
 
여기저기를 찾던 중에 눈에 들어온 물건이 또 있어서 그곳을 들여다 봤습니다. 그곳에는 자녀들이 들어 있었습니다. 손자손녀들이 쓴 편지와 카드들이 있었고 아들과 딸들이 그리고 며느리와 사위들이 보내드린 편지들이 있었습니다. 아버지는 자녀들이 보낸 사랑을 그 통에 모아 놓으신 것입니다. 그중에는 10년 전에 맞이했던 결혼 기념일에 두 분에게 성경책을 선물로 드리면서 써드린 편지가  있었습니다. 목회자 사위를 맞이 하셨는데도 교회를 한번도 가시지 않았던 분이시기에 저에게는 늘 아버지는 전도의 대상이었습니다. 이 편지를 받으시고 저에게 하신 말씀이 편지를 읽는 순간에 들렸습니다. 
 
"너 목사되면 교회 나갈께!"  
 
 저는 빨리 목사가 되어야 했습니다. 아버지가 진짜로 교회에 나가셔서 예수님을 알아가실 날을 기다렸습니다. 그후 아버지는 약속대로 교회에 출석하셔서 복음을 전해 받으시고 하나님의 자녀가 되었습니다.  
 
선교지로 떠나기 몇 일 전에 믿음도 없고 선교가 뭔지도 모르시는 아버지께서 하신 말씀이 계속 떠오릅니다. 
 
"너 혼자 갔다오면 안되니?"
"몇 년 뒤에 돌아올지 모르지만 10년만 하다 와라!"
"왜 가족들을 떨어져 살게 하냐?"
"뭐 해서 먹고 사냐?"
"내 딸과 손자들이 힘들게 살 것 같아 걱정이다."
"파견근무 갔다오면 높은 목사로 진급하냐?"
,

 
 믿음이 생기시고 선교가 무엇인지 조금씩 아시면서 아버지는 더 힘들어 하셨던 것 같습니다. 더 강요해서 한국으로 돌아오라고 말할 수도 없던 아버지의 마음이 한국방문 때마다 느껴졌습니다. 이제는 그 아버지께서 곁에 안계셔서 더 부담스럽지 않을 것 같았는데 지금은 아버지께 더 죄송한 마음 뿐입니다. 곁에 함께 있어 드리지 못했고 딸식구들이 10년 뒤에  돌아올 것을 기다리셨을텐데... 그 기대를 너무 오래 가지고 사시도록 했고 결국은 돌아온 딸가족을 만나지도 못하고 천국으로 가셨습니다.  
 
 아버지께서 예수님 안에서 이 땅을 마무리 하셨기에 가장 복된 삶을 사시다가 하나님 품으로 가셨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모두가 겪어야할 일들이지만 늘 서운하고 아쉬운 마음이 자녀들에게 있는 것 같습니다. 선교사 파송예배 순서지와 아버지께 써드린 편지를 읽으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버지께서 딸식구들이 선교지에서 힘들게 살고 있는 것을 아시기에  그리고 그 딸식구들이 보고 싶어 이렇게 한국으로 불러 주시고 하나님 품으로 가셨네." 
 
 땅의 삶이 마무리 될때까지 자식들에게 이렇게 평안을 남기시고 가시는 분이 우리의 부모님이신 것 같습니다.  
 
부모님은 선교사에게 있어서 늘 죄송한 분들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형제들에게 늘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는 사람들인 것 같습니다. 이제는 양가에 계신 어머니 두 분의 사랑만을 받고 지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두 분을 위한 기도는 늘 멈출 수 없는 것 같습니다. 특별히 아버지께서 천국으로 떠나심을 보시고 장례가 시작될 때 쓰러지셔서 지금까지 병상에 누워 계신 어머니를 위한 기도는 더 간절합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에서 돌아가시는 그 급한 상황에서 하신 말씀이 떠오릅니다. 이 말씀은 선교사 파송예배 때 강대상에서 성도들에게 나누면서 부탁드린 말씀이기에 늘 가슴 속에 있습니다.

(요한복음19장27절)
"또 그 제자에게 이르시되 보라 네 어머니라 하신대 그 때부터 그 제자가 자기 집에 모시니라." 
 
  아버지께서 우리 가족에게 마지막으로 주신 그 뜨거운 사랑으로 우리 가족이 한국에서 잠시 쉬었다 가게 되었습니다. 남아 계신 두 어머니께 효도하다 1월 15일에 다시 캄보디아로 가려고 합니다. 짧은 일정이라 다 찾아뵙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이해해 주시고 기도해 주십시요. 그리고  늘 고맙습니다. 
 
 새해에 우리 주님께서 주시는 영육간의 복을 풍성히 받아 주님과 기쁘게 나누시는 삶을 누리시도록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축복하며 기도합니다. 
 
                                            2016년 1월 1일 
 
                                     아버지의 사랑을 듬뿍 받은
                          송혜영&채종석 선교사가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