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선교소식

"아빠! 기도해야지~" / 채종석선교사

Johnangel 2017. 5. 24. 10:38

"아빠! 기도해야지~" 
 
갑자기 옆에 있던 딸 민하가 제 손을 잡으면서 한 말입니다. 정신이 번뜩 들었습니다. 앞에서 어린이 설교를 정말 성의없이 하고 있는 남자 청년를 보고 잠시 깊은 생각에 잠겨 있었기 때문에 기도하자고 한 말을 듣지 못했습니다. 이런 저에게 두 손 모으고 무릎을 꿇고 기도하라고 민하가 한 말입니다. 
 
민하가 시간이 지나니까 예배에 대한 인식을 갖게 된 것 같습니다. 태어나자마자 현지 아이들과 함께 주일마다 예배하더니 이제는 기도시간에 기도하지 않고 설교한 청년만을 바라보고 있는 저를 바로 잡아주기 시작한 것입니다. 시간이 지나니까 완벽하지 않은 예배자의 흉내를 내는 것 같아서 살짝 웃음이 나왔습니다.  
 
저희 교회에는 주님 빼고는 완벽한 이들이 하나도 없습니다. 부족한 자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뭔가를 흉내내고 있는 것은 분명히 보입니다. 그렇다고 이들이 주님께서 '아니다'라고 할 사람은 하나도 없어 보입니다. 모두가 주님의 부름을 받고 어느 자리든 서있지만 늘 부족해 보입니다. 
 
 어린이 설교를 하라 해놓고 설교하고 있는 청년들에게 늘 저는 다른 일들을 준비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도록 합니다. 제가 집중하면 저를 의식하며 잘 하던 일도 떨면서 하게 되니 저는 늘 어린이 설교에 집중하지 않고 있지만 집중하고 있습니다. 오늘도 설교하고 있는 녀석이 어린이 설교를 제대로 준비하지 않았다는 것을 확실히 알 수 있었습니다. 설교자의 모습을 흉내내고 있는듯 보였습니다. 그러나 완벽하지는 않지만 마무리를 한 모습에 본인도 '휴~'하며 내려왔습니다. 
 
어린이들과 함께 하는 예배는 이렇게 해서 끝나고 어른들과 함께 하는 예배가 시작되었습니다. 이 시간에도 눈에 보이는 앞에 선 청소년과 청년들. 드럼을 언제 어디서 배웠는지 박자에 거의 맞도록 치고 있었고 아내 곁에서 동일하게 피아노 반주를 하고 있는 녀석이 보였습니다. 여기에 찬양 리더를 하고 있는 청년의 찬양과 멘트 하나하나에 집중되어  집니다. 달란트가 특별해서 집중하기보다는 중간중간 음을 틀리면서 찬양하는 모습때문입니다. 휴~ 완벽하지는 않지만 하나님을 찬양하는 모습이 그들 안에 있었습니다. 제가 왜 그렇게 떨리던지...
예전 같으면 드럼과 다른 악기에 아이들이 앉으면 부숴진다고 건들지말라고 했을텐데 이제는 기다려 주기로 했습니다. 
 
6년을 같이 살면서 아내가 피아노를 가르치려고 많은 노력을 했습니다. 드럼도 최고의 선생님을 모셔서 가르쳐 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그들은 흉내내는 수준의 실력으로 하나님을 찬양하고 있습니다. 사람농사는 100년...그러나 늘 사람농사. 기다림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하나님께서 세우시는 그때까지 실망하지 않고 기다리는 것이 선교인 것 같습니다. 선교사가 뭐하는 사람이냐고 물어본다면 기다리는 사람이라고 말할 수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지난 주일에도 기다렸습니다. 축구대회에 30명이 출전해서 신나게 뛰고 신나게 먹었습니다. 결과가 좋으면 좋겠지만 녀석들은 자기들에게 베푼 사랑에 더 기뻐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선교사는 축구경기가 끝나고 녀석들이 주일예배까지 나오기를 기대하며 기다리고 있다는 것까지는 생각을 못하고 있나봅니다. 이번 주일에도 여전히 1년에 4개월짜리 성도들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축구대회가 끝났다는 의미입니다. 그래서 다음 축구대회를 또 기다리는 선교사가 되었습니다. 또 그때가 되면 2개월 교회 주일출석을 하고 축구대회를 즐기기 위해 갑자기 나타날테니까요. 이번 축구대회에서 얻은 귀한 것은 '사람'입니다. 처음 축구단에 들어온 아이들이 청년이 되어 이번 축구팀의 코치가 된 것입니다. 그리고 축구단 아이들을 세워가면 축구대회를 마친 것입니다. 기다림의 열매는 이렇게 '사람'으로 연결된다는 것을 자꾸 보게 됩니다. 여기에 다음달부터 창단될 여자축구팀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제가 또 그들을 기다리라고 하십니다. 
 
딸래미 민하가 저를 깨웠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하나님께 예배하는 곳에 노출시켜줬더니 예배자의 흉내를 내고 있다는 것을 보았습니다. 언젠가 딸래미가 자기를 은혜로 부르신 하나님의 사랑을 알고 진정으로 예배할 때가 올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결국 교회의 모든 사역을 통해 만나는 사람들은 흉내내는 부족한 자들입니다. 그러나 이들이 자꾸  하나님께 예배하는 곳에 노출되도록 이끌어 주다보면 '흉내'에서 '진정'으로 예배하는 자들이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그리고 저보고 '사역'에 집중하기 보다는 '사람'에 집중하라고 말씀하시면서 그 사람안에  '사랑'을 뿌려주면서 기다리라고 말씀하십니다.                                      
"하나님께서 기다리시니 너희도 기다리라.^^" 
 
2017년 5월 22일

 

캄보디아에서 기다리는 일을 하고 있는 채종석&송혜영 선교사가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