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례 / 채종석선교사
긴 시간 동안 차를 타고 도착했습니다. 메콩강 싸나이가 강바람만 쐬다가 산과 들에서 불어오는 산들바람을 쐬러 잠시 마실 나온 기분으로 쎈터에 들어갔습니다. 잘 가꿔진 쎈터와 어울리는 꽃들이 먼저 저를 반기는 것 같았습니다. 건물과 조경들 속에서 예전에 이곳에서 저를 반기던 친구의 어머니와 아버지의 연로하신 모습도 보였습니다. 그러나 이곳에는 선교하시면서 그분들이 가꿔 놓으신 환경들만 남겨져 있고 그분들은 한국으로 철수하시어 보이지는 않습니다.
잠시 뒤에 아이들 몇 명과 아줌마 한 분이 나오더니 저를 반겼습니다. 모두 낯익은 얼굴들이었습니다. 아버지와 어머니께서 이곳에 계실 때도 함께 있었던 반가운 사람들입니다. 그러나 이들도 남겨진 사람들로 먼저 보였습니다. 아버지와 어머니께서 철수하시고 바로 그분들의 딸과 사위가 이곳으로 들어와 이들과 함께 이땅을 섬겼는데 지금은 이 딸 부부도 이들만 남겨두고 한국에 들어가 있습니다. 갑작스런 대장암 발견과 항암 치료차 한국으로 갈 수 밖에 없는 상황들이 생겼습니다. 이런 상황을 너무 잘 아시는 성령님께서 저를 건드셨습니다. "갔다와라!"
이곳을 책임지고 있는 청년을 데리고 태국국경에 있는 곳으로 바로 장소를 옮겼습니다. 이곳에서 커피 한 잔을 하면서 그동안의 일들을 묻고 담당 선교사님의 부탁들도 이야기해 주면서 격려해 주었습니다. 가장 마음 아픈 이야기는 멀리 떨어져 계신 어머니가 많이 아프셔서 병원에 자주 다니시는데 물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없다면서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습니다. 이 이야기를 듣기 전에 제가 질문할 것이 있었는데 ...
"로잉이 어느 신학교에 갈지 결정했는지 물어보시고 신학교에 가려면 세례를 받아야 하는지 학교측에 물어보시라고 하세요. 그리고 만약 세례를 받아야 한다면 목사님이 세례식을 주관해 주세요."
이 질문이었습니다. 그런데 질문에 대한 대답이 제 가슴을 철렁하게 했습니다. 신학교에 갈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는데 어머니가 병원다니신다고 빌린 돈이 많아서 일을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담당 선교사님이 한국에서 병과 싸우고 있는데 차마 자기의 사정을 이야기하기 어려워었다며 눈물을 보였습니다. 그 길을 선택하면 안되는 것을 알기에 더 힘들어 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저와 비슷한 환경이고 비슷한 어려움 중에서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어떻게 받았는지 이야기 해주면서 아이를 격려해 주었습니다. 결론은 하나님을 신뢰하고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바라며 힘을 내기로 했습니다.
"혹시 '아멘'이라는 아이와 아줌마에게도 세례식에 초청해 주실 수 있나요? 세 명에게 세례를 베풀어 주세요."
신학교에 가기로 다시 결심했기에 세례를 받아야만 하는 '로잉'이라는 청년의 세례식이 다음날 아침에 있기로 이야기를 하고 공동체에 있는 멤버들이 숙소로 돌아갔습니다. 그후에 박선교사님께 문자가 왔습니다. 그래서 나머지 두 명을 그 밤에 불러놓고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면서 아줌마는 다음에 받기로 하고 다음날 아침에 만나기로 했습니다.
이 나라의 '세례'라는 단어의 의미는 물속에 들어가는 의미가 담겨져 있기에 인근에 세례장소가 있는지 찾아갔습니다. 그리고 공동체 식구들과 성도 한 가정이 합류해서 시냇가 예배가 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성삼위 하나님께서 함께 하셔서 '로잉과 아멘'이라는 두 아이가 하나님의 사랑스런 아들들이라고 선포해 주셨습니다.
면티 하나만 입고 가서 세례식이 품위가 떨어질까 순간 걱정도 했습니다. 마침 선교사님 옷장에 있는 가운과 아들의 와이셔츠를 걸치고 급하게 진행된 세례식이었습니다. 사진을 찍고 보니까 가운 밑으로 보이는 반바지 차림에 슬리퍼를 신은 제 모습이 우습게 보였습니다. 복장은 초라하고 급한 차림의 모습이었지만 우리 하나님께서 임재하신 영광의 자리였고 태초부터 차근차근 준비해 오신 하나님 나라의 세례식이었다고 확신합니다. 성령님의 건드심에 바로 순종하고 나면 이런 하나님께서 하시는 하나님 나라의 놀라운 일들을 경험하게 됩니다.
지금은 차 안에 앉아 있습니다. 7시간의(오늘은 비가 멈추지 않아서 그 이상 시간이 걸닐듯...) 장거리 여행을 하면서 우리 하나님께서 이루신 일들을 묵상하며 감사하는 시간까지 확보해 주셨습니다. 우리 하나님께서 하신 일을 병원에 계신 박선교사님과 부모님들께 보내드렸습니다. 모두가 기뻐하며 저를 칭찬해 주시더군요. 제가 가장 잘하는 것은 이렇게 순종하고 자랑질하는 것입니다. 이 칭찬은 다음달 초에 다시 가서 교회를 돌보라는 격려임을 알기에 더 자랑질하는 것입니다.^^
함께 기도해 주세요. 이번 주에 4차 항암치료를 하신다고 합니다. 건강을 빨리 회복하셔서 목자없는 양과 같은 저 교회와 아이들을 다시 사랑으로 품도록요. 그래야 저도 이 자랑질을 멈출 수 있을 것 같구요^^
'캄보디아선교소식'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예쁘다 / 채종석선교사 (0) | 2016.10.12 |
---|---|
잡채 / 채종석선교사 (0) | 2016.10.11 |
하나님! 이러시면 안되잖아요ㅠ.ㅠ / 채종석선교사 (0) | 2016.10.03 |
찐한 현지 음식 / 채종석선교사 (0) | 2016.10.03 |
심방 / 채종석선교사 (0) | 2016.10.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