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선교소식

편지 / 채종석선교사

Johnangel 2020. 9. 14. 18:19

편지 / 채종석선교사

 

"목사님을 만나서 이야기하면 눈물이 나와서 말을 못할 것 같아서 편지를 썼습니다."

밤 늦게... 드리어 올 것이 왔다.
스마트폰에 '편지'라는 제목으로
쏘반늗 전도사에게 메세지가 도착했다.
편지를 읽기도 전에
무슨 내용인지 알 수 있었다.

"1년 휴학을 하고 싶어요. 어머니께서 가정을 이끌어 가는데 너무 힘든 상황이 찾아와서 제가 1년 정도 돈을 벌어야 할 것 같아요. 어머니 대신 빚을 갚아야 하거든요."

이해는 간다.
한 손이 잘린 장애를 가지신 어머니가
특히, 코로나19시기에 할 일은 없었다.
그렇다고,
내가 선듯 빚을 다 갚아 줄테니
걱정말고 학업에 집중하라고
말할 수 없었다.
수 많은 동료 선교사들이 해봤지만,
이것은 사역자들이
주님보다 선교사를 더 의지하게 했고,
다음 찾아온 문제를 또 해결해 주지 않으면
선교사가 사랑이 없다고
교회를 떠나는 일들이 수없이 있었다.

사실, 이번 코로나19 사태 이후에
캄보디아 사역자들의 경제생활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게 되었다.

"언제까지 선교사가 사역자의 생활비를 책임져야 해? 그렇다면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하지?"

답을 내놓기가 너무 어렵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 십년 동안 한국 선교사들이
고민해 왔고 실천해 봤지만..
아직도 그 분들은 여전히.....

전국민의 1%도 안되는
기독교인들이 있는 곳에서
한 교회의 목사가 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고 있다.
그 1%도 안되는 성도들의 삶도
그렇게 풍부하지 않는 삶이기에
한 교회에 담임 목회자의 생활비를
해결할 헌금은 기대하기 힘들다.
특히, 돈이 없는 시골에서는 더욱....

'그럼, 소반늗이 일을 배우게 해?'라고
최근에 생각해 보기도 했다.
그런데, 선교사인 내가 일을 배우라고
학교를 휴학시킬 수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소반늗이
1년간 일을 하면서 배웠으면 한다고 말했다.

"교회에서 준비해 주는 헌금으로 가정을 이끌 수가 없고, 목사님께 의지하며 살아갈 수도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제가 일을 배워서 제가 스스로 경제적인 생활을 하는 목사가 되고 싶어요."

자정에 날아온 편지 내용을 읽고
내일 아침에 만나자고
바로 음성메세지를 보냈다.
아침이 되어도 연락이 안되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느낌이었다.
혹시, 나도 안만나고 멀리 떠난 줄 알고.
코로나19 감염 때문에
선교사가 교회가 있는 섬에 들어오는 것을
꺼려하는 성도들과 주민들이라서
언제 갈까를 고민하던 중에
바로 옷을 입고 섬으로 출발했다.

모든 것이 여전한데...
전도사의 마음과 나의 마음만
심난한 것처럼 보였다.
교회는 예전보다 더 예뻐졌다.
꽃이 담과 대문 위로 활짝 펴있었다.
활짝 핀 꽃 뒤에 보이는 교회를 멀리하고
전도사 집으로 바로 달려갔다.
그런데 집에는 아무도 없어 보였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차문을 열고 나가는데
멀리서 전도사가 오토바이를 타고 도착했다.
내가 지나가는 것을 보고 달려온 것이다.
일단, 전도사가 그 자리에 있었다.
갑자기 어머니도 나타나서
우리는 이야기를 오랜 시간 이어갔다.
결국, 아들 소반늗은 강한 다짐을 한 것이다.

"목사님! 일하면서 돈도 벌고, 일도 배우면서 날마다 찾아오는 청년들을 만나보고 싶어요. 일을 배우면 이 섬에 있는 청년들에게 일자리도 주고, 함께 주님을 섬겨가고 싶어요. 월요일에서 금요일까지 일하고 토요일과 주일에는 주님을 섬길게요."

지금부터는 예전보다
두 배는 더 기도를 해야 한다.
잘 자라온 아들이 전쟁터에 가고 싶어 한다.
전쟁에서 승리하고 돌아오면
더 큰 장사가 되어 있을 것이고,
전쟁에서 패배해서 돌아오면
전보다 더 약한 패전병이 될테니.
그리고
지금부터는 예전보다
두 배는 더 성실해야 한다.
잘 자란 아들과 함께 뛰었던 곳에서
아들의 힘과 연합했던 시간이 많았는데
이제 아들이 일하지 않는 시간에
아들과 호흡을 맞춰 선교해야 할테니.

섬에서 나와 배를 타려는데
'예수님이 나를 사랑합니다.'라고
쓰여진 간판이 너무 낡아 보였다.
아들이 일하러 가며오며
이 간판에 있는 믿음의 고백을 보고
다짐하도록
글씨가 선명한 새 간판으로
갈아 놓아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