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만의 만남 / 채종석선교사
집에 못들어가고
늘 마음이 아플 때 찾아오는
편의점에 앉아 있습니다.
이국땅에서 13년 동안 살면서
속상할 때마다
이렇게 물 하나 사놓고
밖을 한없이 쳐다보다
주님을 쳐다보다
집으로 돌아가는 자리입니다.
반 년만에 찾아온 자리입니다.
지난 한국방문과
캄보디아 자가격리 기간
그리고 예배모임회복까지
6개월 동안은
이곳에 찾아올 일이 없었습니다.
주님께서 만나게 하시는
현지인들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저와 성도들에게
아주 감격스러운 날입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처음으로 아내와 함께
성도들이 만남을 갖었습니다.
거의 6개월만에 만나는
우리 성도들이었습니다.
그리고 매달 한 번은
목사님이 시내에서 사온
신식빵을 먹었는데
코로나19 때문에
6개월만에 신식빵을 받은 날이기에
우리 성도들의 자녀들은 행복한 날입니다.
이 행복함을 놓쳐버린 아이들을
길에서 만났습니다.
5~6명의 꼬마승들이 음식을 얻으러
길을 따라 가다가 저를 만났습니다.
그 중에 반절이 제 눈에 신호를 보냈습니다.
"목사님! 오셨네요. 저희들 여기 있어요."
성도들을 만나러 가는
방향과 동일했습니다.
이대로 가면 심방 끝날 때까지
녀석들을 계속 만날 것 같았습니다.
주일에 함께 예배했던
녀석들과 다른 목적을 가지고
한 길을 걸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마지막 성도집을
먼저 찾아가기 위해 떠났습니다.
그런데 이웃들로부터
음식을 받으면서도
녀석들의 눈은 저를 향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섬에서 나왔는데도
저를 쳐다보고 있는 녀석들의 눈이
지워지지 않았습니다.
지금도 녀석들이 저를 보고 있는 듯해서
집에 들어가지 못하고,
늘 속상할 때만 찾아오는
이곳에 앉아 있습니다.
엄마가 도망가서 반고아가 된 녀석과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반고아가 된 녀석.
가난 때문에 절로 보내질 수 밖에 없는
녀석들이 보내는 눈빛 때문에
이곳에 앉아
주님의 눈빛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전도사와 성경공부를 하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 찾아온 편의점입니다.
괜히 이 아이들을 돌봐주지 못했다고
전도사에게 화를 내고 싶은
나쁜 마음이 들기도 하고
지금 제가 뭐에 집중하고 살고 있는지
제 자신도 혼내보기도 합니다.
늘 이곳에 오면 혼자 있습니다.
이곳에서 이렇게 오랜 시간
창밖을 바라보다가...
창문에 보이는 제 모습도 바라보다가...
결국에는 주님께 시선을 맞추고
털래털래 집으로 돌아갑니다.
6개월만에 만난
성도들의 반가워 했던 모습들보다
승복을 입은 무리 속에서
저를 처량하게 쳐다보고 있던
자식들의 눈빛이 떠올라 속상할 뿐입니다.
어제 가정예배 때
하나님께서 주신 말씀이 생각납니다.
<민수기 14장28절>
그들에게 이르기를 여호와의 말씀에 "나의 삶을 가리켜 맹세하노라 너희 말이 내 귀에 들린 대로 내가 너희에게 행하리니"
제 말이 주님 귀에 들리는대로
주님께서 저에게 행하신다는 말씀을
문자 그대로 믿고 싶습니다.
"주님께서는 저들의 주인이십니다. 주님께서 복음을 들려주셔서 함께 예배했던 저 자녀들을 다시 구원해 주실 것이며, 다시 저 자녀들이 주님께 예배하러 돌아올 것입니다. 이 일은 주님께서 제일 잘하시는 일입니다. 곧 승복을 벋고 예수 그리스도의 거룩한 옷을 입게 될 것입니다. 주님을 찬양합니다. 주님! 지금 제 말... 들리시죠?"
집에 도착했는데
딸래미가 제 마음을 알았는지...
"아빠! 너무 늦게 와서 걱정했잖아... 무슨 일 있어? 엄마! 아빠 좀 안아줘라. 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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