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록도를 떠난 두 천사
전남 고흥군 도양읍 소록도에서 43년 동안 한센 병 환자를 보살펴 온 외국인 수녀 마리안(71)과 마거리트(70)씨가 한 장의 편지를 남기고 20대의 나이로 고행을 떠나온 고국 오스트리아로 되돌아갔습니다.
소록도에서 평생을 환자와 함께 살아온 마리안 수녀는 1959년에, 마거리트 수녀는 1962년에 소록도에 첫발을 디뎠습니다.
오스트리아 간호학교를 나온 두 수녀는 소록도 병원에서 간호사가 필요하다는 소식이 수녀회에 전해지자 달려온 것입니다.
두 수녀는 환자들이 말리는데도 꼼꼼히 발라야 한다며 장갑도 끼지 않은 채 약을 발라주었고 외국 의료진을 초청해 장애교정 수술을 해 주었으며 한센인 자녀를 위한 영아원을 운영하는 등 보육과 자활정착 사업에 헌신했습니다.
사람들은 전라도 사투리에 한글까지 깨친 두 수녀를‘할매’라고 불렀습니다.
병원 측이 마련한 회갑잔치마저“기도하러 간다”며 자리를 피했습니다.
두 수녀는 본국 수녀회가 보내오는 생활비까지 환자들 우유와 간식비, 그리고 성한 몸이 돼 떠나는 사람들의 노자로 나눠줬습니다.
그러한 두 수녀가‘사랑하는 친구 은인들에게’란 편지 한 장만 남기고 이른 새벽 아무도 모르게 섬을 떠났습니다.
그 편지에“나이가 들어 제대로 일을 할 수 없고 우리들이 있는 곳에 부담을 주기 전에 떠날 것이라고 말한 대로 떠나는 것”이라고 썼습니다.
그리고는 “부족한 외국인으로서 큰 사랑과 존경을 받아 감사하며 저희들의 부족함으로 마음 아프게 해 드렸던 일에 대해 이 편지로 용서를 빈다.”고 적었습니다.
두 수녀는 누군가에게 알려져서 요란한 송별식이 될까 봐 조용히 떠나갔습니다.
배를 타고 소록도를 떠나던 날 두 수녀는 멀어지는 섬과 사람들을 멀리서 보며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울었습니다.
20대부터 40년을 살았던 소록도는 그들에겐 고향과 같지만 이제 돌아갈 고향 오스트리아는 도리어 낯선 땅이 되었습니다.
두 수녀는 한 평생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섬김과 베풂을 삶으로 보여주었습니다.
임금이 대답하여 가라사대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가 여기 내 형제 중에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니라 하시고.(마 2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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