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머리 어때?"
아내가 머리 손질하고 온 날은 긴장된다.
20년 된 친구인데...
미용실 다녀온 후 맘에 든다고 한적은
한번도 없었다.
물어보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꼭 물어본다.
"예쁘고 잘 나왔네."
이렇게 이야기하면 성의없이 대답한다고 한다.
자기는 맘에 들지 않는데 '예쁘다'라고 하면
성의없다고 하고...
좀 어디가 잘 안나왔다고 맞장구를 쳐주면
그래서 자기가 더 서운하다고 그러고...
암튼 여자들이 머리손질하고 온 날은
잠시 여행다녀오고 싶다.
어떤 대답도 맞는게 없어서 ... 몇 일 혼자 있고 싶다.
"아들한테 이제 당하는구만 ㅋㅋ"
요즘 목요일 저녁에 축구모임을 한다.
교제도 하고 운동도 하고.
선교사님들하고 잠시 사역터에서 벗어나
땀 빼는 귀한 시간으로 만들고 싶다.
이 모임에 수민이를 살짝 넣었다.
중1인데 내 눈썹까지 올라와 있다.
그렇게 좋아하던 축구를 2년 동안 잘라내고
축구모임에 나가지 않다가 다시 작은 모임 속으로.
나이가 먹긴 먹었나보다.
그냥 지낼 때는 몰랐는데 축구하고 나면
관절들이 고통의 비명을 지른다.
이건 참을 수 있겠는데
아들 수민이와 꼭 상대팀으로 운동하다보니
아들이 자꾸 나를 재치고 골문으로 돌진한다.
자식이지만 내 체력과 실력을 이미 넘어버렸다.
'잘한다.'라고 남들한테 소리를 들으면 좋은데
나를 재끼고 뛰어 다니는 자식 때문에 속상하네.
내가 늙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시간이라서.
그러더니 젊은 선교사가 나를 재끼고
여기저기 넘어다니는데 막 또 화가 나고.
예전에는 이런 경우가 거의 없었는데
이제 나를 나이 먹은 아저씨로 알고
막~~~나를 넘어 다니는데 ... "아~세월아~"
아내는 여전히 캄보디아에서 제일 예쁘다.
그런데 자기는 매일 늙는다고 그런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예쁜데..?
그리고 여전히 미용실 다녀온 후의 모습도 같구.
아내는 변함이 없는데
왜 자꾸 나는 변하지?
근데... 내가 늙어지면 아이들이 커가구.
"아이들이 커가면 나는 늙는구나!"
요즘 이런거 알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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